“일본어를 시작하긴 했는데, 다음엔 뭘 해야 하지?” 히라가나를 떼고 나면 대부분의 집이 여기서 멈춥니다. 어른용 일본어 공부 순서는 대개 ‘문자 → 문법 → 한자 → JLPT’로 짜여 있는데, 이 순서를 초등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3개월 안에 재미가 식습니다. 아이는 시험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로 움직이니까요.
이 글에서는 일본의 현직 교사들이 실제로 아이를 가르칠 때 쓰는 초등 눈높이의 6단계 로드맵과 단계별 예상 기간, 그리고 한국 가정에서 가장 자주 하는 실수 3가지를 정리했습니다.
한눈에 보는 초등 일본어 6단계
기간은 주 2~3회, 회당 30~50분을 기준으로 한 대략치입니다. 아이마다 다르니 “보통 이 정도”라는 지도로 봐 주세요.
| 단계 | 무엇을 | 예상 기간 | 이때의 목표 |
|---|---|---|---|
| 1. 히라가나 | 46자 읽기 → 쓰기 | 4~8주 | ‘읽을 수 있다’는 첫 성공 경험 |
| 2. 가타카나 + 소리 | 가타카나·장음·촉음·탁음 | 4~6주 | 애니 자막·게임 메뉴가 읽힘 |
| 3. 인사와 자기소개 | あいさつ·이름·나이·학년 | 2~4주 | 사람에게 처음 말을 건다 |
| 4. 좋아하는 것 말하기 | 好き·명사 문장·질문하기 | 6~10주 | 대화가 ‘주고받기’가 됨 |
| 5. 문장 늘리기 | 동사 ます형·과거·이유(から) | 3~6개월 |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함 |
| 6. 또래와 실전 대화 | 주제 대화·존댓말/반말 구분 | 계속 | 친구가 생기고, 스스로 굴러감 |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3단계가 4단계보다 먼저라는 점입니다. 문법을 더 배운 뒤에 말하게 하는 게 아니라, 아는 게 적을 때부터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그래야 ‘일본어는 공부’가 아니라 ‘일본어는 대화’가 됩니다.

1~2단계: 문자는 ‘외우기’가 아니라 ‘만나기’
히라가나 46자를 표로 외우게 하면 대부분 あ행에서 지칩니다. 아이에게 효과적인 건 좋아하는 것 안에서 글자를 만나는 방식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 게임 메뉴, 애니 제목을 먼저 읽게 하면 “내가 읽었다”는 성취가 먼저 오고, 나머지 글자는 그 뒤를 따라옵니다.
가타카나를 뒤로 미루는 집이 많은데, 아이에게는 오히려 가타카나가 더 빨리 보상을 줍니다. ゲーム, ポケモン, ケーキ처럼 아는 단어가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에요. 히라가나가 80% 정도 익었으면 가타카나를 겹쳐 시작해도 좋습니다.

3~4단계: 여기서 갈립니다 — ‘말할 상대’가 있느냐
글자를 뗀 아이가 계속하느냐 그만두느냐는 대부분 3~4단계에서 결정됩니다. 이 구간의 과제는 문법량이 아니라 “배운 말을 오늘 써 봤는가”이기 때문입니다. 교재만 있는 집은 여기서 진도가 멈추고, 말할 상대가 있는 아이는 여기서 속도가 붙습니다.
4단계의 핵심 문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〇〇が好きです」「〇〇は何ですか」 두 개만 있어도 아이는 30분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게임,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캐릭터 ── 아이에게는 이게 무한한 화제입니다.
5~6단계: 문법은 ‘필요해졌을 때’ 넣는다
동사 ます형, 과거형, から(이유)는 5단계에서 등장합니다. 순서가 뒤가 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어제 뭐 했어?”라는 질문을 받아 본 아이만 과거형을 진짜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에요. 필요를 먼저 만들고 문법을 나중에 주면, 같은 문법도 훨씬 적은 반복으로 자기 것이 됩니다.
6단계에서는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중요해집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익힌 말투(だぜ·てめえ·うるせえ 같은)를 실제 또래나 어른에게 그대로 쓰면 실례가 될 수 있어요. 이 구분은 책보다 일본에 사는 또래·선생님과의 실제 대화에서 훨씬 빨리 자리 잡습니다.
한국 가정에서 자주 하는 실수 3가지

- ① 한자를 너무 일찍 넣는다. 한국 부모님은 한자에 익숙해서 “한자부터 잡아 두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본 초등학교도 6년에 걸쳐 1,026자를 나눠 배웁니다. 아이에게 한자는 5단계 이후, 읽는 재미가 붙은 뒤가 맞습니다.
- ② JLPT를 목표로 먼저 건다. JLPT는 결과지 목표가 아닙니다. 초등 시기에 시험을 앞세우면 ‘좋아함’이 ‘숙제’로 바뀝니다. 3~4단계를 즐겁게 통과한 아이가 중학생 때 N4·N3를 훨씬 쉽게 잡습니다.
- ③ 인풋만 쌓고 아웃풋을 미룬다. 학습지·인강·앱은 1~2단계엔 유용하지만 혼자 하는 구조라 3단계에서 벽을 만납니다. 완강률 문제가 아이에게 더 크게 오는 이유예요. 말할 상대는 미루지 말고 3단계에 넣으세요.
“우리 아이는 내성적인데, 3단계가 될까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성적인 아이일수록 ‘처음 말을 거는 상대’를 잘 고르는 게 전부입니다. 어른 강사와 1:1로 마주 앉으면 부담이 크고, 20명 교실에서는 순서가 오지 않습니다.
도모다치재팬이 8명 소수정원·담임이 한 명 한 명 챙기는 구조·레벨별 클래스·카메라 오프나 아바타 참여 OK로 설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또래가 먼저 말하는 걸 몇 번 보고 나면, 조용하던 아이도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에서 첫마디가 나옵니다.

결론: 순서보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지점’
초등 아이의 일본어 공부 순서는 히라가나 → 가타카나 → 인사 → 좋아하는 것 말하기 → 문장 늘리기 → 또래와 대화입니다. 하지만 이 순서를 다 알아도, 3단계에서 말할 상대가 없으면 대부분 거기서 멈춥니다.
반대로 말하면, 말할 상대만 확보되면 나머지는 아이가 스스로 끌고 갑니다.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해 → 친구와 말하고 → 그래서 계속하게 되고 → 길게 보면 진로까지. 순서의 목적은 진도가 아니라 ‘멈추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초등 몇 학년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글자를 쓰는 데 무리가 없는 초등 2~3학년 이후가 무난합니다. 다만 애니메이션·게임으로 이미 소리에 익숙한 아이라면 1학년도 3단계(인사·자기소개)까지는 충분히 즐겁게 갑니다. 나이보다 ‘좋아하는 게 있는가’가 더 중요한 변수예요.
히라가나를 다 못 뗐는데 회화를 시작해도 되나요?
네, 오히려 권장합니다. 인사와 자기소개는 소리로 먼저 익혀도 되는 영역이에요. 글자를 다 뗀 뒤에 말하겠다고 미루면, 정작 말할 시점엔 재미가 식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익힌 말투를 그대로 써도 괜찮나요?
주의가 필요합니다. だぜ·てめえ 같은 표현은 캐릭터 말투라 실제 또래나 어른에게 쓰면 실례가 될 수 있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 살리되, ‘이건 실제로 쓰는 말/이건 캐릭터 말’을 구분해 주는 어른이 옆에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6단계까지 총 얼마나 걸리나요?
주 2~3회 꾸준히 한다면 1단계에서 5단계까지 약 10~14개월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3단계에서 말할 상대가 생긴 아이는 이 기간이 눈에 띄게 짧아집니다. 기간을 줄이는 건 학습량이 아니라 발화 빈도예요.
좋아하는 일본, 친구가 되는 일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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