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가나를 다 외운 아이가 갑자기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てんき(날씨)」와 「でんき(전기)」를 귀로 구별하지 못하는 순간이에요. 글자로 보면 점 두 개 차이인데, 듣기로는 똑같이 들린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대개 “집중을 안 해서”라고 생각하시는데, 아이 잘못이 아닙니다. 한국어에는 이 구별이 아예 없기 때문이에요. 이 글은 일본어 탁음·반탁음 25자를 표로 정리하고, 한국 아이만 겪는 이 어려움의 정체와 4주 연습 순서까지 담았습니다.
탁음 20자 · 반탁음 5자 표

규칙은 아주 단순합니다. 글자 오른쪽 위에 점 두 개(゛, 탁점)를 붙이면 탁음, 동그라미(゜, 반탁점)를 붙이면 반탁음입니다. 새로 외울 글자가 아니라 이미 아는 글자에 기호만 붙는 것이라는 걸 아이에게 먼저 알려 주세요.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 줄 | 청음 | 탁음(゛) | 반탁음(゜) |
|---|---|---|---|
| か행 | か き く け こ | が ぎ ぐ げ ご | — |
| さ행 | さ し す せ そ | ざ じ ず ぜ ぞ | — |
| た행 | た ち つ て と | だ ぢ づ で ど | — |
| は행 | は ひ ふ へ ほ | ば び ぶ べ ぼ | ぱ ぴ ぷ ぺ ぽ |
정리하면 탁음은 네 줄 × 다섯 자 = 20자, 반탁음은 は행 한 줄 = 5자입니다. 여기에 청음 46자를 더하면 아이가 만나는 히라가나는 71자가 되죠. 가타카나에도 똑같이 적용되니, 규칙 하나로 두 벌을 동시에 해결하는 셈입니다. (두 글자 체계의 차이는 히라가나·가타카나 차이에서 다뤘습니다.)
먼저 알려 주면 좋은 것 하나 — 「ぢ」와 「づ」는 현대 일본어에서 「じ」「ず」와 발음이 같습니다. 쓰는 자리도 「ちぢむ(줄어들다)」「つづく(계속되다)」「はなぢ(코피)」「みかづき(초승달)」처럼 매우 제한적이에요. 아이는 じ・ず만 확실히 하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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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가 か와 が를 못 듣는 진짜 이유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자음을 나누는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 한국어는 ‘숨의 세기’로 나눕니다. ㄱ(평음) · ㅋ(격음) · ㄲ(경음) — 셋 다 성대는 안 떨립니다. 차이는 바람을 얼마나 세게 내보내느냐예요.
- 일본어는 ‘성대의 떨림’으로 나눕니다. か(성대 안 떨림) vs が(성대 떨림) — 딱 두 갈래입니다.
즉 한국 아이의 귀에는 일본어가 구별하는 그 축을 감지하는 습관이 없습니다. 영어 화자가 한국어의 ‘살/쌀’을 못 듣는 것과 정확히 같은 현상이에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모국어가 어떤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훈련시켰느냐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더 겹칩니다. 일본어의 청음은 단어 첫머리에서는 숨이 조금 세게 나오고, 단어 중간에서는 부드러워집니다. 그래서 한국 아이의 귀에는 이렇게 들립니다.
| 단어 | 한국 아이가 듣는 소리 | 실제 |
|---|---|---|
| かさ (우산) — 첫머리 か | “카사” | か (청음) |
| たかい (비싸다) — 중간 か | “타가이” | か (청음, 그대로) |
| ながい (길다) — 중간 が | “나가이” | が (탁음) |
보이시나요. 단어 중간에서는 청음 か와 탁음 が가 한국 아이 귀에 똑같이 ‘가’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아이가 「たかい」를 「たがい」로 쓰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오류예요. 야단칠 일이 전혀 아닙니다.
뜻이 완전히 바뀌는 짝 6개

점 두 개 때문에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짝을 아이와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틀리면 웃긴 상황이 된다”는 걸 알면 아이가 스스로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 청음 | 탁음 | 왜 중요한가 |
|---|---|---|
| てんき 날씨 | でんき 전기 | 날씨 이야기가 전기 이야기가 됩니다 |
| かき 감 | かぎ 열쇠 | 먹는 것과 여는 것 |
| ふた 뚜껑 | ぶた 돼지 | 가장 자주 웃음이 터지는 짝 |
| さる 원숭이 | ざる 소쿠리 | 동물과 그릇 |
| たいがく 퇴학 | だいがく 대학 | 이건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
| きん 금 | ぎん 은 | 메달 색이 바뀝니다 |
단어가 붙으면 청음이 탁음으로 바뀝니다 — 연탁
중급으로 넘어가기 전에 하나 더 알아 두면 좋은 규칙이 있습니다. 두 단어가 합쳐질 때 뒤 단어의 첫 글자가 탁음으로 바뀌는 현상인데, 일본어에서는 이걸 연탁(連濁)이라고 부릅니다.
| 합쳐지는 말 | 결과 | 뜻 |
|---|---|---|
| て(손) + かみ(종이) | てがみ | 편지 |
| はな(꽃) + ひ(불) | はなび | 불꽃놀이 |
| おり(접기) + かみ(종이) | おりがみ | 종이접기 |
| あお(파랑) + そら(하늘) | あおぞら | 파란 하늘 |
| ひと(사람) + ひと(사람) | ひとびと | 사람들 |
아이에게는 “단어끼리 손을 잡으면 뒷글자가 무거워진다” 정도로 설명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규칙을 외우게 하지 마시고, てがみ·はなび·おりがみ 같은 실제 단어를 통째로 익히게 하는 편이 훨씬 오래갑니다.
반탁음 ぱ행은 어디에 나올까
반탁음 5자(ぱ ぴ ぷ ぺ ぽ)는 등장 자리가 꽤 정해져 있습니다. 이걸 알면 아이가 “어디서 본 적 있는 글자”로 받아들여요.
- 외래어 — パン(빵), ピアノ(피아노), プール(수영장), ペン(펜), ポケット(주머니). 한국어에도 그대로 있는 말이 많아 아이가 가장 빨리 익힙니다.
- 흉내말 — ぴかぴか(반짝반짝), ぺらぺら(술술 말하는 모습), ぽかぽか(따끈따끈). 애니메이션 자막에 자주 나옵니다.
- 작은 っ이나 ん 뒤 — いっぱい(가득), さんぽ(산책), しんぱい(걱정). 앞에 받침 같은 소리가 오면 は행이 ぱ행으로 바뀝니다.
4주 연습 순서

듣기 구별은 설명으로 안 되고 노출량으로 됩니다. 하루 5분씩, 순서만 지켜 주세요.
- 1주차 — 눈으로 구별. 청음과 탁음을 나란히 놓고 점 두 개를 찾아 동그라미 치게 합니다. 소리는 아직 신경 쓰지 않습니다.
- 2주차 — 목에 손 대고 소리 내기. か를 말할 때와 が를 말할 때 손끝에 떨림이 오는지 확인시켜 주세요. 이게 성대의 떨림을 몸으로 아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 3주차 — 짝 듣고 고르기. 위의 여섯 짝을 부모님이 무작위로 읽어 주고 아이가 손가락으로 고르게 합니다. 단어 중간에 오는 소리를 반드시 섞어 주세요.
- 4주차 — 문장 속에서. 「きょうは てんきが いいですね」처럼 문장 안에서 씁니다. 낱글자로는 되는데 문장에서 무너지는 게 정상이라,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안 됩니다.
그리고 4주차에서 가장 효과가 큰 건 부모님이 아니라 또래가 읽어 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어른의 교정에는 방어적이지만, 친구가 “그거 아니고 でんき야”라고 하면 한 번에 고칩니다. 게다가 친구 앞에서는 틀리기 싫어서 스스로 연습하죠.
한국 아이에게 가장 잘 듣는 방법

탁음·반탁음은 혼자 하는 학습지로는 가장 안 늘어나는 영역입니다. 종이는 소리를 내주지 않고, 내가 낸 소리가 맞았는지도 알려 주지 않으니까요. 즉시 반응해 주는 상대가 있어야 귀가 열립니다.
한국과 일본은 시차가 없습니다. 학교가 끝난 뒤 그 시간에 일본의 또래도 집에 있어요. 그래서 일본에 사는 또래 친구와 매일 조금씩 말하는 것이 한국 아이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발음 훈련이 됩니다. 8명 소수정원이면 낯가리는 아이도 말할 순서를 확보할 수 있고요.
자주 묻는 질문
Q. 탁음과 반탁음은 몇 글자인가요?
A. 탁음 20자(が·ざ·だ·ば행), 반탁음 5자(ぱ행)로 모두 25자입니다. 새 글자가 아니라 아는 글자에 기호가 붙는 형태입니다.
Q. 아이가 か와 が를 계속 헷갈립니다. 문제가 있는 건가요?
A. 아닙니다. 한국어에는 성대 떨림으로 자음을 나누는 구별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특히 단어 중간에서는 거의 모든 한국 학습자가 헷갈립니다.
Q. ぢ와 づ는 언제 쓰나요?
A. 현대 일본어에서는 じ·ず와 발음이 같고, 「ちぢむ」「つづく」「はなぢ」「みかづき」처럼 제한된 단어에서만 씁니다. 아이는 じ·ず부터 확실히 하면 됩니다.
Q. 탁음은 히라가나를 다 외운 뒤에 시작해야 하나요?
A. 청음 46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바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기호 두 종류만 추가되는 것이라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Q. 가타카나에도 탁음이 있나요?
A. 있습니다. 규칙이 완전히 같아서 한 번 익히면 두 글자 체계에 동시에 적용됩니다.
Q. 듣기 구별을 빠르게 늘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뜻이 달라지는 짝으로 연습하고, 반드시 단어 중간에 오는 경우를 섞으세요. 그리고 소리를 즉시 되돌려 주는 상대와 말해 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정리
일본어 탁음 20자와 반탁음 5자는 기호 두 종류로 끝나는 규칙입니다. 글자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어려운 건 듣기이고, 그 이유는 한국어가 자음을 나누는 기준이 일본어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헷갈릴 때 “왜 이걸 못 해”라고 하지 마시고 “한국 사람은 원래 이게 제일 어려워”라고 말해 주세요. 그리고 말이 오가는 자리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귀는 설명이 아니라 대화로 열립니다.

